벤처캐피탈 2.5를 꿈꾸는 K2G테크펀드

이상덕 기자

입력 : 2022.10.18 15:14:14

공경록 대표 파트너 인터뷰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VC
한국 스타트업을 글로벌로
B2B SaaS에 집중해 투자

공경록 K2G테크펀드 대표 파트너

공경록 K2G테크펀드 대표 파트너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될 순 없겠지만, 우리는 한 번 투자한 곳은 가족으로 생각합니다. 혹여나 망하고 다음번에 다시 창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예스'면 투자를 할 것입니다. 제일 힘들 때 제일 먼저 찾아가는 벤처캐피탈이 되겠습니다."

혁신의 심장인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형태의 벤처캐피탈이 떴다. 바로 공경록 대표 파트너가 이끄는 K2G테크펀드다. K2G테크펀드는 신생 펀드지만 전혀 다른 VC2.5라는 꿈을 꾼다. VC1.0이 대부 업체와 닮았고 VC2.0이 소수 인력으로 국내 중심 투자를 한다면, VC2.5는 집단 지성이 그 특징이다.

K2G는 코리아 투 글로벌(Korea to Global)의 약자로 한국의 기업을 세계로 이끈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빛을 발하기 어려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같은 B2B (기업간 기업) 분야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딥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 중이다.

◆ VC2.5를 꿈꾸다
공경록 K2G테크펀드 대표 파트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기자와 만나 "현존하지 않는 VC를 만들고 싶다"면서 "웹 3.0의 탈중앙화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DAO)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성과 신뢰를 갖춘 파트너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길을 열고 싶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한국의 VC는 운용사인 업무집행조합원(GP)이 유한책임조합원(LP)의 돈을 굴리는 구조다. GP는 LP의 돈을 운용하면서 운용보수를 받고 스타트업 매각f인 엑시트에 성공할 경우 성공 보수를 받는다. GP와 LP의 역할이 확연히 구분되는 구조다.

반면 K2G테크펀드는 열린 생태계를 지향한다. LP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오퍼레이팅 파트너제도를 운영한다. 현재 오퍼레이팅 파트너는 20명 이상이다. 공 대표는 "내 일처럼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네트워킹 해 주시는 LP들에게는 별도 보수를 드린다"면서 "이런 구조는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LP 분들 한 분 한 분이 매우 전문성이 뛰어난 분"이라면서 "이 분들의 힘을 활용하면 스타트업을 크게 육성하고 벤처캐피탈의 전문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K2G테크펀드는 엑시트를 할 경우 펀드 청산을 기다리지 않고 그 즉시 분배를 한다. 각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성과금에서 80%는 LP가 20%는 GP가 갖는 구조다.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투자로 인기를 얻자 투자금이 몰렸다.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창업했던 조 론즈데일, 클라우드 분야에서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셍링, 케빈 크루즈 엘라스틱서치 엔지니어링책임자, 재미한국인 1세대 기업인 김덕호 큐리바이오 창업자, 노성일 NGL 회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한재선 전 클레이튼 대표, 코인원 차명훈 대표 등이 LP로 참여했다. 공 대표는 "올해 4월에 창업했는데 10월 말 기준으로 3000만 달러 (430억원)를 운용할 전망"이라면서 "1000만 달러까지만 유치하고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이 비상한다”
K2G테크펀드가 B2B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은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공 대표는 LG CNS, 삼성SDS, 레노버, CJ그룹 등을 거치면서 B2B의 잠재력을 눈으로 목격했다. 또 미국과 중국간 갈등으로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미국내 투자가 줄어든 것 역시 한국 스타트업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 투자자들에 있어서 아시아 투자 비중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B2B 스타트업을 미국으로 진출시키겠다는 포부다. 함께 GP로 나선 인물들 면면 역시 전문가다. VC 포메이션8을 창업해 오큘러스에 투자한 구본웅 마음그룹 의장, 엑시트만 4차례 한 켄 킴 콩 최고운영책임자(COO), 약 130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40배 이상 수익을 낸 정지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가 그들이다. GP 4명 중 3명이 찬성을 하면 투자를 하는 구조다. 이후 빠른 속도로 투자를 했다. 티오리, 어크로스B, 러크먼, 발칸아이디, 포트로직스, 모놀리 등이다.

티오리는 한국인 박세준과 미국인 앤드류가 공동 창업한 곳으로 데프콘에서 11년간 6번 우승한 스타트업이다. 보안 컨설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삼성전자 두나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모놀리는 웹3.0 스타트업으로 데이터 유출을 걱정하는 기업들의 염려를 해소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공 대표는 "수많은 기업들이 물가가 올라가면서 그동안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했다"면서 "이제는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기업 내부 혁신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기업들이 B2B 딥테크를 활용해 위기를 넘어서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 "코리아 투 글로벌"
공 대표가 B2B 딥테크 투자 전문가가 된 계기는 삼성 SDS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태스크포스를 맡으면서 부터다. 공 대표는 한국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친 뒤 삼성 SDS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 지시로 IT의 씨앗을 뿌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공 대표는 당시 이노베이션 TF를 맡았다. 이후 회사에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고, 사내 벤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수립하고, 대학생들에게 창업 수업을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후 투자한 비상장주식거래소 서울거래소 등 5개 스타트업 모두 성공적으로 성장한 것을 목격했다. 이후 그는 2014년에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S 내에 클라우드, AI, 오픈이노베이션 등 3개 연구소를 만들었고 다크트레이스 등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했다. 5년간의 임기 끝에 한국에 돌아왔지만, 실리콘밸리의 혁신 정신을 잊어버리는 것이 힘들었다. 이후 중국 PC업체 레노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레노버 벤처스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책임자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 자본이 미국에 투자를 할 때는 정부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거절을 당했다"고 회고를 했다. 이후 CJ그룹의 미주투자 총괄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부문을 경험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욕심에 K2G를 창업했다. 공 대표는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 "수많은 한국의 B2B 스타트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VC 2.5 벤처캐피탈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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